펠든크라이스 백서

모세 펠든크라이스

“자신을 아는 것이 사람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믿습니다. 자신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해야 함’이 아니라 ‘함’에 대해 배움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 I believe that knowing oneself is the most important thing a human being can do for himself. How can one know oneself? By learning to act not as one should, but as one does.

모세 펠든크라이스(1904년 5월 6일 – 1984년 7월 1일)는 러시아 태생의 이스라엘인으로 파리 소르본느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엔지니어링 학위 역시 갖춘 과학자였다. 흥미롭게도 당시 소르본느 대학 교수 중 한 사람이 퀴리 부인(Marie Curie)이였고, 펠든크라이스는 그녀의 제자인 프레데릭 졸리오 퀴리의 라듐 연수소에서 보조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프랑스 유도 클럽을 창시하고 예술과 관련하여 여러권의 책을 저술하는 등 예체능에도 관심이 많았다. 1940년 과거 무릎 손상이 재발하고, 이를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에서 ‘움직임을 통한 자각’에 대한 초기 아이디어를 발견한다. 1947년 ‘인체와 성숙한 행동:불안, 성, 중력 그리고 학습 연구 ’Body and Mature Behavior; A study of Anxiety, Sex, Gravitation and Learning’ 라는 책을 출판하였는데, 이 책은 펠든크라이스, F.M 알렉산더와 함께 소마틱스 분야를 대표하는 토마스 한나가 펠든크라이스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나이 육십세가 되던 해에 미국으로 건너가 인류학자인 마가렛 미드, 스탠포드 대학 신경심리학 연구소 소장인 칼 프리브람 교수 등 당시 열린 생각을 지닌 학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그 천재성을 인정받았으며, 1960년부터 1980년 대에 걸쳐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움직임을 통한 자각(Awareness Through Movement)을 교육하였다.1969년부터 1971년까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13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첫 번째 그룹 교육을 진행하였다. 1975년부터 1978년까는 65명의 학생을 교육했으며, 1980년에 235명의 학생들을 교육하다가 1981년 가을에 병에 걸린 후 2회 수업을 끝으로 공개적으로 가르치는 일을 중단했다. 그 이후 펠든크라이스 박사에 의해 선정된 아홉명의 학생이 공식적인 펠든크라이스 트레이너로 활동하게 됨으로써 펠든크라이스 메소드가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펠든크라이스 메소드 Feldenkrais Method ® 에 대해 국제적 사용을 공인하는 교육 단체는 펠든크라이스 길드(Feldenkrais Guild)로, 2021년 기준 한국에서 1기, 2기 과정이 함께 진행 중이다. 펠든크라이스는 학계 및 일선 전문가들 사이에서 펠덴크라이스 또는 휄든크라이스로도 번역되고 있으며, 펠든크라이스를 대표하는 저서인 ATM의 한국어판은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문화관광부 고시 제2000-8호)에 따라 펠덴크라이스라 지칭한다.

펠든크라이스는 몸과 움직임에 대한 자기 통찰을 기반으로, 과학자답게 움직임에 대해 물리역학적인 분석이 가능했고 뇌과학적으로 몸과 움직임의 상관 관계를 추론할 수 있었다. ‘움직임을 통한 자각’(이하 ATM)이라 불리는 그를 대표하는 작업은 물리역학, 운동학, 신경생리학 원리에 기반하여 인체가 좀더 자연스럽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돕는다. 이 과정은 자기 움직임을 형성해오던 기존의 습관적인 신경 패턴을 자각하고, 새로운 신경 패턴을 학습하게 한다. 이는 생명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학습 방식으로 그 대상은 움직임, 감각, 감정, 생각을 모두 포함한다. 따라서 이 방식은 신체 기능의 향상 뿐 아니라, 사회 구조 및 개인적 습관, 성향, 트라우마 등으로 고정된 자기 자신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궁극적으로 나라는 존재가 가진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각종 통증과 부상을 비롯한 현대인의 삶을 갉아먹는 각종 신체적 증후군을 해결할 수 있고, 삶의 여러 각도에서 총체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잠재력 계발 수단으로 움직임을 정면에 내세운다는 점이 흥미롭다. 서점에 진열되어 있는 대부분의 자기계발 방법들은 인류의 고전 및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주고, 각종 통계를 인용하여 과학적인 개선법을 제시한다. 이 안에서 움직임은 그저 생리적 향상을 돕는 운동 정도로 제한된다. 마치 건강보조식품처럼, 삶을 개선하는데 있어서 보조제 역할에 그친다. 현대인에게 움직임은 근육량, 폐활량, 체지방률과 같이 양적 신체 지표를 향상시키는 운동에 국한된다. 무용수, 스포츠 선수 등과 같이 그 한계가 없는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한 사람들조차도, 움직임은 자기 분야에 국한한 기술적 전문화를 위한 대상에 그친다. 움직임을 통해 자기 원형성을 탐구하고 의식 수준을 높여가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소수의 무술 및 무도가, 요가 및 명상 수행자들만이 경험적으로 수련해왔으며, 움직임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무예가나 무용수 등의 신체 예술가들 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자본에 의해 형성되는 대중 문화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펠든크라이스는 무도가로서 그의 생애 동안 유도를 깊이 수련하였다. 유럽에서 최초의 유도 유단자 및 유술 클럽 창시자로 활동했다는 사실로 보아 움직임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단순히 육체적 기능 향상만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주변 사람들로부터 못말리는 매니아 또는 괴짜 과학자로 여겨졌던 것 같다. 그의 어머니가 그를 보며 노벨상을 탈줄 알았더니 몸을 다루게 될줄은 몰랐다는 농담섞인 한탄을 했다는 일화부터, 펠든크라이스 할아버지가 매일같이 마당에서 뒹굴고 있었다는 소녀 시절의 목격담이 전해진다. 현재 펠든크라이스 메소드는 효율적 몸 사용을 돕는 과학적 또는 기술적 접근법, 사회 심리학적 통찰을 담은 대안 교육법,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기 계발법 등으로 활용된다. 이처럼 넓은 범주에서 활용되는 것만 보아도, 특정 영역으로 규정하여 설명하기에는 그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펠든크라이스 메소드는 그의 삶 속에서 한 축을 구성하는 동양적 움직임 수련 경험과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과학적 지식과 더불어 삶과 사람에 대한 사회 심리학적 통찰까지 곁들어지며 탄생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테크닉이 아닌 메소드라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메소드를 배울 수는 있지만 그와 똑같이 할 수는 없으며, 펠든크라이스 본인도 이를 원하지 않았다. 펠든크라이스는 가르친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것에 대해 학생과 함께 추구한 사람이었다.

펠든크라이스 메소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한 것처럼 단순히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닌 삶으로 통합되는 과정 즉 유기적이고 경험적인 학습 방식이 필요하다. 따라서 책을 통해서 완전한 이해를 하기는 어렵다. 특히 신체 접촉을 통해 진행되는 기능 통합 FI 레슨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